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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관련

환율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일본기업의 사례)

by 김티거 2023.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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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일본 증시가 핫한 요즘이기에 당연하게도 일본 내에서도 증시라던지 엔화환율 등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모습인데, 이번에는 좀 더 다른 관점에서의 기사가 있어 읽어보았다.

기사 제목은 "엔저로 일본기업이 돈을 번다는 것은, 역시 환상이었다. 할인 당하는 일본의 슬픈 현실" 이라는 다소 강한 어조의 제목 ㄷㄷ

닛케이 지수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는 등 엔화 약세에 따른 일본 기업들의 실적확대가 기대되는 반면, 이번 주가 상승은 거품에 불과하다는 식의 시각도 있다. 근래의 일본에서는 환율이 기업의 실적이나 경제 동향을 결정한다고 하는 생각이 반상식의 개념으로 되어있지만, 이것은 어찌보면 단순한 '믿음'에 불과할 뿐이라며 기사의 머릿말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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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별로 내용 정리를 한번 해보면,

<전기요금도 식품도 비싸졌다>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기업의 실적이 확대되어 경제 전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생각은 일본에서는 당연한 상식처럼 여겨져왔다. 그 이유는 일본 경제가 제조업 수출에 의해 지탱이 되고 있기에, 엔화 약세는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엔화 가치가 급락한 것은 이러한 상식을 한번에 날려버렸다. 엔저의 진전으로 인해 수입물가가 상승했고, 이것이 전기요금이나 식품 등의 가격 급등을 불러오게 되어 민생이 단번에 어려워지게 되었다. 임금 인상보다 물가 상승의 영향이 훨씬 컸기 때문에 항간에는 나쁜 엔화 약세라는 말도 난무하고 있다.

사실 엔저로 인해 기업실적이 확대된다는 이야기나 반대로 엔고로 인해 일본기업의 실적이 악화되고 경기가 나빠진다는 이야기는 단지 이미지일 뿐이다.

*여기서의 엔저라고 하면 엔화가 싸지는 현상, 즉 엔화의 가치가 낮아지는 것을 의미 / 엔고는 그 반대의 의미

<엔고로 실적이 확대되었다>

플라자 합의 직후 일본기업의 수출은 감소하고, 실적도 악화되었지만 이듬해부터 수출은 역으로 증가하며 기업의 실적은 눈부시게 확대되었다. 당시 상황을 볼때 엔화강세는 일본기업이나 일본 경제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물론, 그 배경에는 기업들의 필사적인 노력이 있었음은 물론이고 엔고로 인해 실적이 오히려 확대되었다는게 틀림없는 진실이다.

그렇다면 왜 엔고임에도 불구하고 일본기업들은 실적을 확대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엔화가 상승함에 따라 매출액 감소보다 수입하는 원자재와 부품의 비용이 낮아지는 효과가 더 컸고 이것이 실적 확대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제조업이란 원자재나 부품을 사들여 제품을 조립하고 고객에게 판매하는 사업이다. 원자재나 부품의 대부분은 수입이며, 제품의 판매처는 대부분 해외이다.

엔고가 되면 판매 측면에서는 다소 불리해지더라도 원재료를 싸게 조달할 수 있기에 오히려 비용 삭감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또한, 제품의 경쟁력이 높으면 고객은 어떻게든 제품을 원할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가격 인상도 가능하다.

당시 일본기업에게는 제품 경쟁력이 있었기에 엔고로 매출액이 줄어드는 만큼 가격인상을 요청해도 고객은 이를 받아들였다.

엔고에 의해 원재료의 조달 비용은 극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매출액도 이익도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즉, 제품의 경쟁력만 높으면 환율이 엔고가 되더라도 실적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엔화 약세로 매출액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이야기는 한국의 삼성에도 해당이 된다. 삼성은 지난 10년간 최고의 실적을 보여주었지만, 그동안 원화가치는 달러 대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80년대 일본기업과 마찬가지로 지금의 한국기업들은 높은 제품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에 원화의 가치가 상승하더라도 실적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조달비용 등의 하락으로 이익이 증대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환율로 인해 기업의 실적이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엔화약세에 대해 생각해보자.

작년 이후의 엔저상황에 의해 23년 3월분기의 일본기업들 실적은 매출과 이익 모두 확대되었다. 신문에서는 역대 최고이익이라는 등의 제목이 판을 치고 있지만, 일본 경기는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임금 또한 물가상승을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엔저가 되면 엔화 기준으로 숫자상 늘어나기 때문에 매출액과 이익의 절대치가 늘어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지극히 당연한 현상에 대해 미디어가 '사상 최고 이익 갱신' 등의 표현을 쓰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익률 쪽이지 매출액이나 이익의 절대치는 아니다. 전년도 결산과 비교하면 매출액의 절대치는 증가하고 있어도 이익률에 대해서는 제자리걸음 혹은 마이너스인 경우도 많다는 것이 눈에 띈다. 특징으로는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기업 전체 평균치를 보면 비제조업의 영업이익은 거의 제자리걸음이었지만,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즉, 일본의 수출산업은 지난해부터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오히려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벌이가 안되는 이상의 과감한 임금인상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엔저만큼의 가격인상이 되고 있지 않다>

정리해보면, 1980년 엔고시절 일본기업들은 실적을 확대했고 이번 엔화약세로 일본기업들은 오히려 실적을 악화시킨 셈이다. 이러한 점을 보면 엔저가 떨어지면 기업이 돈을 벌고, 엔고가 되면 기업의 수익이 악화된다는 상식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엔저로 일본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된 원인은 분명하다. 엔저로 엔화의 매출액 자체는 늘었지만, 원자재 수입비용이 커지면서 되려 이익은 줄어든 것이다.

만약에 일본기업의 제품 경쟁력이 높아서 이익률을 올릴 수 있는 수준까지 판매가격을 올릴 수 있다 라거나 엔저를 이용해 과감한 가격인하를 통해 단숨에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전략도 선택 가능하다.

하지만, 과거의 일본과는 달리 고객에게 가격 인상을 요청할 수 있는 제품은 적어졌고, 판매가와 판매수량을 동결한 결과 이러한 일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가격을 동결했다고 표기했지만, 상황은 좀 더 복잡하다. 21년 이후 엔화는 25% 이상 가치가 떨어졌으니 원래대로라면 엔화기준 제품의 판매가격은 25%이상 올라있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의 수출 제품 단가는 같은 기간에 20% 정도밖에 상승하지 못했다. 엔저만큼 판매가격이 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본기업들은 실질적으로 가격 인하를 강요받았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환율변동은 분명 무섭지만, 결국 엔고나 엔저 어느쪽으로 가던지 간에 강한 기업에게는 유리하게 작용이 되고, 약한 기업에게는 철저하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80년대의 일본기업은 강했고, 이때의 엔고는 오히려 순풍을 불려일으켰다고 본다.

<지금의 사태를 개선하려면>

반면, 지금의 일본기업들은 이전보다 경쟁력이 약해졌기에 엔화의 가치가 떨어져도 실적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현시점의 '진실'이며, 이 상태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일본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일본에서도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기 시작하고 있어 현금 보유가 현저히 불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때 기업이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보다는 선행투자를 하는게 낫다고 생각나는데, 적극적으로 선행투자를 지속하며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 조금은 사태가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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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환율이 오르면 어떻고 내리면 어떻고의 단편적인 경제 지식이 편견처럼 자리잡았던 나에게 여러모로 좋은 공부를 시켜준 좋은 기사였던 것 같다.

일본 증시가 활황이라고 해서 공부없이 막연하게 올라타서는 안되는 이유이고, 결국 환율이든 경제상황이든 이런저런 것들을 다 떠나서 좋은제품을 제공하는 기업은 그런 모든 상황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힘이 있는 기업이고, 이러한 좋은 기업을 잘 찾고 공부하며 지분을 늘려가는 것이 장기 투자에 있어 필승공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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