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영화를 원래 좋아하셨는데, 아버지는 그렇게 영화를 좋아하시지 않는 편이었다. (아니 그런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보통 어머니와는 영화 데이트도 종종 하곤 했었지만, 아버지와 영화를 따로 본 적은 거의 없거나 가더라도 가족 다같이 갔던게 전부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 가끔씩은 영화관에서 주무시던 아버지를 보고 농담 소재로 이야기하곤 했었다ㅎㅎ
(예전에 트위스터라는 엄청 시끄러운 재난영화 때 주무셨던 게 레전드 ㅎㅎ)
얼마전 아버지도 은퇴를 하시고 어머니와 평일에 운동도 하시고 드라이브도 하시면서 즐거운 데이트를 하시는게 보기 좋았고, 작년 탑건 매버릭과 같이 극장에서 꼭 즐겨줘야 하는 대작 영화의 경우 내가 평일 오후에 예매를 해드리고 두분이서 즐거운 영화관 데이트를 즐길 수 있도록 해드리곤 했다.
이렇게 한번씩 보여드릴때만 해도 사실 아버지가 좋아하셔서 예매했다기 보다는 원래 어머니는 영화를 좋아하시는데 자주 못 보시니 어머니도 보여드릴 겸 아버지도 겸사겸사 같이 다녀오시라는 생각을 하며 보내드리곤 했었다 ㅎㅎ
그러다가 최근 3주 연속으로 매주 1편씩 영화를 예매해드렸었는데, 첫번째 영화가 범죄도시3였고, 두번째 영화가 인디아나 존스, 세번째 영화가 미션 임파서블이었다.
아마 부모님께서도 그렇게 3주 연속으로 아이맥스 영화관을 방문하셔서 영화를 보신 적은 처음이셨을 것 같다.
특히, 두번째 영화인 인디아나 존스를 보여드리고 나서 연락드렸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고 뭔가 찡했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재밌으셨는지 전화로 연락을 드려보았다.
원래 어머니는 영화를 좋아하셔서 이런저런 영화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데, 이번 인디아나 존스를 보고 나서는 아버지께서 너무 신나게 이것저것 말씀해주시는 것이었다..
"나치군들이 어떻고, 인디아나 존스는 또 어떻고, 액션도 너무 좋았고,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존스가 다른 선택을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 등등~ 아버지가 영화에 대해 이런식으로 말씀하신것은 내 기억에 처음이었다.. (보통은 그냥 덕분에 재밌게 봤다. 멋있더라.. 정도의 코멘트만 하셨던지라..)
마지막에는 아버지가 눈시울이 붉어지시고 눈물도 조금 흘리셨다고 어머니께서 웃으면서 말씀해주셨다..
인디아나 존스 中
이렇게 매주 영화관 다니고 하다보니 아들 덕분에 영화의 재미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고 웃으면서 말씀해주시던 아버지의 설레던 목소리는 앞으로도 계속 내 기억 속 한켠에 저장되어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아버지는 영화를 싫어하셨던 것이 아니었다.. 그저 즐기는 법을 모르셨을 뿐.. 우리 세대는 당연하게 즐겼던 그런 문화들을 부모님 세대들은 당연하게 즐길 수 없었던 세대이셨음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앞으로 영화 뿐 아니라 이런저런 다른 좋은 취미도 많이 찾아드려야겠다.. ^^
그동안 우리 가족을 위해 그 힘든 회사생활을 30년 넘게 하시며 버텨오신 아버지를 위해 이제 내가 작게나마 도움이 될 차례가 된 것 같다..(나도 이제 회사생활 10년차가 되며 더욱 더 느끼는 아버지의 위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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