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한 시인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를 좋아해서 가끔 한번씩 다시 읽어보곤 한다.
한국의 유명한 수필가인 피천득의 번역본을 일단 한번 적어보고 시작.(실제로 두분이 아는 사이였다던데 ㄷㄷ피천득은 영문학자이기도 했다고 한다.)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을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로버트 프로스트 지음, 피천득 역
아마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시이긴 할텐데, 의외로 또 전문을 다 읽어보시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 같다. 보통 이 시는 선택의 중요성이나 기회비용에 관한 주제가 있을때 많이 다뤄지기도 하는데, 나는 읽을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기도 한다. 다양한 해석이 많다고 하는데..
로버트 프로스트 왈
아 그거 그냥 산책하다가 끄적인 건데..
라고 함..ㅋㅋㅋㅋ 실제로도 자신의 시를 분석가들이 이리저리 해체하고 의미를 막 붙이고 하는 것에 불만이 좀 있으셨다고 하더라는...암튼 뭐 난 평론가는 아니니깐 ㅎㅎ
내가 이 시를 많이 활용했던 상황 중 하나는,
와이프가 어떤 물건을 사거나 투자를 하고 나서 '아 이거 만원에 샀는데, 지금 9천원에 파네' 혹은 '아 그때 우리가 여기말고 저기를 투자했어야 되는건데, 지금 가격봐바' 라던지 후회의 감정을 느낄때 주로 활용했던 기억이 있다.
"그건 우리가 그 길을 안 가서 그런거고, 우리도 지금 우리가 가는 길에서는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해! 괜히 다른 사람이 간 길을 부러워 할 필요없어, 아마 우리가 그 길을 갔더라도 다른 길을 또 부러워했을거야" 라고.. 말하면 와이프도 많이 수긍해서 마음을 많이 달래주었던 그런 고마운 시..ㅋㅋㅋ(물론, 이런식으로 글쓰듯이 기계같은 말투는 아니었다는 것을 참고 부탁드림..쓰고나니 표현이 아주 부끄럽..)
근데 최근에는 좀 더 다른 생각이 드는게 뭐냐면..
아무래도 요즘 주식도 그렇고 부동산, 암호화폐등 많은 투자자산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투자를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조롱하듯이,
야 거봐, 내가 그거 떨어질거라고 했지? 나처럼 아무것도 안하면 되는데 왜 사서 고생을 해, 쯧즛..
이런 류의 말이나 댓글들을 많이 보곤 했다.
아마 한동안 오름세의 장세에서 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음을 한탄하다가 최근의 흐름만 보면 자기가 성공한거고 상당히 신나한 나머지 조롱도 서슴지 않는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프로스트의 가지않은 길에서는 두 갈래 길이 있었고, 열심히 공부하며 둘 중에 한곳을 걸어가기 시작한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사람은 당연히 그 길에 일단 멈춰서서 저 사람이 가는 길이 괜찮은 길인가 멀찍이 보기만 하고 있었을 거다.
그리고 설사 그 투자자가 가기 시작한 길이 잘못된 길이어서 다시 원래 길로 돌아온다고 해도 나는 그게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록 현재 시점에서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멈춰있는 사람과 똑같아 보이고, 허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사람의 조롱과 비아냥도 감수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은 다시 또 언제든지 다른 길로 걷기 시작할 것이고, 아무것도 안했던 사람들은 성공확률이 높아보이는 길일지라도 단 한걸음도 떼지 못하고 여전히 제자리일 것이니 말이다.
이런 도로에서 드라이브 한번 신나게 하고 싶네 ㅎㅎㅎ
묵묵히 가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당신을 응원하며...
- 갑작스런 감상에 빠져버린 티거 올림..(날은 폭염인데, 갑자기 감상에 빠진점 사과드림..ㅎㅎㅎㅎ 어제같이 비가 많이 오는 날에 어울렸을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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